ENA 드라마 '아이돌아이' 속 11년차 아이돌 도라익이 공황장애와 이명에 시달리는 모습은 현실 아이돌들의 고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태연, 강다니엘, 트와이스 미나 등 수많은 스타가 고백한 우울증과 공황장애, K-POP 산업 이면의 정신건강 문제와 해결 방안을 살펴봅니다.
2025년 12월 방영을 시작한 '아이돌아이'는 화려한 무대 뒤 아이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김재영이 연기한 11년차 아이돌 도라익이 사생팬 침입과 소속사 압박 속에서 공황과 이명에 시달리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겼죠.
무대 위에서는 완벽한 미소를 보이지만, 무대 뒤에서는 정신적 고통에 무너지는 아이돌. 이건 드라마 속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한국 아이돌 산업에서는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드라마가 현실이 된 아이돌의 정신건강 위기
'아이돌아이'의 도라익은 단순한 허구적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가 겪는 공황장애, 이명, 극심한 스트레스는 실제 아이돌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정확히 일치하죠.
2019년 설리와 구하라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연예계는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아이돌들이 같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요. 소녀시대 태연, 가수 강다니엘, 트와이스 정연과 미나, 현아, 몬스타엑스 주헌 등 톱스타들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공개적으로 고백했습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 아이돌들은 정신적으로 부담이 있어 치료를 받으면 거의 공황장애 진단이 나올 정도로 일상적인 병이 됐다"고 증언했어요. 이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아이돌은 왜 마음의 병에 취약할까?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되는 극한 경쟁
아이돌의 정신건강 문제는 데뷔 전부터 시작됩니다. 2024년 한국무용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K-POP 아이돌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 요인은 '정서적'과 '신체적' 두 영역으로 나뉘는데, 정서적 요인만 해도 '시험불안', '부정적 기대감', '부정적 자기평가' 등 13개 중영역, 39개 소영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복잡합니다.
언론에서는 '연습생 100만 명 시대'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아이돌을 꿈꾸는 청소년들의 경쟁은 치열합니다. 이름 있는 기획사의 오디션 경쟁률은 최소 1,000:1에서 10,000:1을 넘어가죠.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된 극한 경쟁은 어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오랫동안 가면을 쓴 삶의 부작용
전직 아이돌이자 K-POP 전문가 허영주는 칼럼에서 "K-POP 아이돌은 무대 위에서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해야 할 때가 많다"며 "오랫동안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다 보면 결국 진짜 나를 잃게 되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이돌아이'의 도라익도 바로 이런 문제를 겪습니다. 무대에서는 팬들을 향해 밝게 웃어야 하지만, 내면에서는 "자신의 삶"을 갈망하죠. 11년간 만들어진 아이돌 페르소나와 진짜 자신 사이의 괴리가 그를 점점 무너뜨립니다.
신체적 고통이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많은 아이돌이 일명 '나비약'이라 불리는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는데, 이 약의 부작용은 심각합니다. 식욕을 떨어뜨리고 잠을 못 자게 하며 깊은 우울감을 유발하죠. 극심한 다이어트와 빡빡한 스케줄로 인한 신체적 소진은 자연스럽게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집니다.
2024년 초에만 해도 르세라핌 홍은채, (여자)아이들 우기와 민니, NCT 해찬 등이 발열과 컨디션 난조로 활동을 중단했어요. 더 심각한 경우 블리처스 고유처럼 3년도 활동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기도 합니다.
사생팬과 악성 댓글, 피할 수 없는 폭력
드라마 속 도라익은 사생팬의 침입으로 고통받습니다. 이 역시 현실을 반영한 설정이에요. 아이돌은 청소년기부터 불특정 다수의 악플에 시달리고,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사생팬으로 인해 사생활을 포기해야 합니다.
정신과 의사 손석한 원장은 "연예기획사에서 어려서부터 키워진 아이돌은 대인 관계 형성이 또래보다 서툴러 외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한 채, 카메라 앞에서만 웃어야 했던 아이돌들. 그들에게 악플 하나하나는 견디기 힘든 고통입니다.
체계적 관리 시스템의 부재
가장 큰 문제는 아이돌의 정신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상당수 기획사에는 데뷔한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 없어요.
연습생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법과 우울증 예방을 위해 심리 상담사를 배치하지만, 정작 데뷔 후 더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아이돌들에게는 제대로 된 케어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성인이 된 데뷔 몇 년 차 아이돌에게 회사가 먼저 나서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죠.
K-POP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 박희아는 "아이돌의 일과 성장 과정의 특수성을 아는 심리상담사가 필요한데, 이 업계에는 그런 의사나 상담사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변화의 조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다행히 최근 몇 년간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팬데믹 이후 가요계는 건강 이상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문화를 만들었고, 팬들도 아이돌의 활동 중단을 적극 이해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확산됐어요.
소속사들도 데뷔조 기획 단계부터 그룹 전담 '멘탈 케어' 전문가를 배정하고,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는 멤버에게 적절한 치료를 위한 활동 중단을 빠르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이돌들도 과거처럼 마음의 병을 숨기기보다 솔직하게 고백하고 치료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죠.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기획사는 아티스트의 몸과 마음을 함께 돌봐야 하며, 직원 교육을 통해 언어폭력이나 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철저히 막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아이돌을 하나의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 변화가 필요합니다.
'아이돌아이'의 도라익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의 반영입니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공황과 이명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을 갈망하는 그의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수많은 아이돌들의 외침입니다.
K-POP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지금, 우리는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어두운 그림자도 직시해야 합니다. 아이돌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그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정신건강을 위해 팬으로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