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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미쓰홍이 재조명하는 1997년 증권사 스캔들, 한보철강 사태부터 IMF까지

tvN '언더커버 미쓰홍'은 1997년 여의도 증권가를 배경으로 비자금 수사를 다룹니다. 드라마 방영 30년 후인 2026년, 우리는 왜 다시 한보철강 부도와 IMF 외환위기 직전의 증권사 비리를 돌아봐야 할까요? 역사가 주는 교훈을 분석합니다.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을 보면서 가장 소름 돋았던 순간은 1997년 1월이라는 배경 시간이 화면에 나왔을 때였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2026년의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해 1월 한보철강이 부도를 내며 한국 경제의 대재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11개월 후인 12월, 대한민국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박신혜가 연기하는 증권감독관 홍금보가 위장 취업한 '한민증권'에서 비자금을 찾아 헤매는 장면은 단순한 픽션이 아닙니다. 1997년 한국 증권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의 재현이죠. 드라마 첫 방송 후 넷플릭스 글로벌 8위, 41개국 TOP10에 오른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경제 위기 직전 부패한 금융 시스템의 보편적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가 던진 첫 번째 경고

드라마 배경인 1997년 1월은 한국 현대사에서 매우 특별한 시점입니다. 이 달에 한보철강이 5조 원의 부채를 남기고 부도를 냈습니다. 당시 한보철강은 5조 원의 경비가 드는 제철소를 4조 원의 빚으로 건설하려다 파산했습니다. 문제는 이 돈이 어디서 나왔느냐는 것입니다.

한보철강은 정치권과의 유착을 통해 은행에서 무분별한 대출을 받았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이 한보철강으로부터 막대한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한보 비리 사건'으로 확대되었죠. 이것이 바로 '정경유착'입니다. 정치권력과 기업, 그리고 금융기관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부정한 자금을 주고받는 구조.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홍금보가 수사하는 '증권사 비자금'도 바로 이런 정경유착의 산물입니다. 드라마 속 한민증권 회장이 재벌 3세에게 제공하는 불법 거래, VIP 고객들을 위한 주식 조작, 내부 정보를 이용한 부정 거래 등은 모두 1997년 실제 증권사들이 저질렀던 일들입니다.

연쇄 부도의 도미노,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의 붕괴

한보철강 부도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1997년은 말 그대로 '기업 부도의 해'였습니다. 1월 한보철강을 시작으로 3월 삼미, 4월 진로, 5월 대농과 한신공영, 7월 기아자동차, 11월 해태와 뉴코아, 12월 고려증권과 한라그룹이 줄줄이 무너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증권사와 종합금융사의 역할입니다. 1990년대 중반 종합금융회사는 '최고의 직장'으로 꼽혔습니다. 1997년 말 기준으로 30개나 되는 종합금융회사가 난립했죠. 이들은 해외에서 저금리 단기 자금을 빌려와 국내 기업에 고금리 장기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했다는 것입니다. 단기로 빌린 돈을 장기로 빌려주면, 만기가 돌아올 때 갚을 돈이 없습니다. 평소에는 '차환'이라고 해서 대출을 연장하면 되지만, 위기 조짐이 보이면? 외국 금융사들은 돈을 급하게 회수하기 시작합니다.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홍금보가 파헤치는 '수상한 자금 흐름'이 바로 이것입니다. 드라마 속 한민증권이 해외 단기 차입금으로 국내 부실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그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는 모습은 당시 실제 금융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정경유착의 메커니즘, 비자금은 어디로 흘러갔나

1997년 당시 한국 금융계에는 '대마불사'라는 신화가 있었습니다. 규모가 너무 크면 정부가 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믿음이죠. 이 믿음 아래 대기업들은 무리하게 몸집을 불렸고, 은행과 증권사는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대출을 해줬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이 '비자금'입니다. 정치권에 로비하기 위한 돈, 금융 당국 관계자들에게 뇌물로 쓰일 돈, 불법 거래를 은폐하기 위한 돈. 드라마에서 홍금보가 찾으려는 '비자금 장부'는 이런 불법 자금의 흐름을 보여주는 핵심 증거입니다.

실제로 1997년 한보 사태 당시 정치권 고위인사들과 은행 간부들이 대거 구속됐습니다. 한보그룹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은행으로부터 5조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냈죠. 이런 식으로 정경유착을 통해 조성된 부실 채권이 당시 은행들을 무너뜨렸습니다.

'언더커버 미쓰홍'에서 재벌 3세가 교통사고를 은폐하기 위해 증권사 비자금을 이용하는 설정도 이런 맥락입니다. 돈과 권력이 결탁하면 법도 정의도 무력해진다는 1997년의 교훈을 드라마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1997년 12월, 마침내 터진 IMF 외환위기

한보철강 부도로 시작된 신용 경색은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기업들이 연쇄 부도를 내자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과 종합금융사들이 부실해졌습니다. 1997년 9월 말 기준 한국의 25개 일반은행과 6개 특수은행의 무수익 여신이 28조 2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특히 종합금융사들의 상황이 심각했습니다. 1997년 12월 정부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9개 종합금융사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고, 1998년에는 16개 부실 종합금융사가 퇴출됐습니다. 1990년대 중반 최고의 직장이었던 종합금융사들이 단 1년 만에 절반 이상 사라진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1997년 7월부터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외환위기가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 자본들이 "한국도 곧 위기에 빠질 것"이라 판단하고 돈을 급하게 회수하기 시작했죠. 한국 정부는 원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허비했지만, 11월에는 외환보유액이 20억 달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결국 1997년 11월 21일 밤 10시, 정부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12월 3일 IMF와 협상이 타결되며 한국은 사실상 '국가부도' 상태에 빠졌습니다. 연 평균 8% 경제성장을 하던 나라가 단 1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한 것입니다.

2026년, 우리가 1997년을 다시 보는 이유

'언더커버 미쓰홍'이 방영되는 2026년은 IMF 외환위기로부터 29년이 지난 시점입니다. 그런데 왜 지금 1997년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걸까요?

첫째, 금융 부실과 부패는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2002년 카드대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20년대 부동산 PF 부실까지. 형태는 달라도 본질은 같습니다. 무리한 대출, 부실한 리스크 관리, 정경유착을 통한 비리. 드라마를 보며 우리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둘째, 증권감독 시스템의 중요성을 일깨우기 위해서입니다. 드라마 속 홍금보처럼 1997년에도 증권감독원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감독 권한은 제한적이었고, 정치권과 재벌의 압력 앞에서 무력했죠. IMF 사태 이후 한국은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설립하며 금융 감독 시스템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드라마는 이런 제도가 왜 필요한지를 역사를 통해 보여줍니다.

셋째, 내부고발자 보호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드라마에서 홍금보가 찾으려는 내부고발자 '예삐'는 조직 내부에서 비리를 폭로하려는 인물입니다. 1997년 만약 증권사나 은행 내부에서 누군가가 용기 있게 비리를 폭로했다면? IMF 사태를 막을 수는 없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는 있었을 겁니다.

드라마는 1990년대 레트로 감성과 오피스 코미디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안에는 매우 무거운 역사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삐삐와 유선전화, X세대 패션 등 향수를 자극하는 소품들 뒤에는 정경유착, 금융 비리, 경제 위기라는 뼈아픈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넷플릭스 글로벌 8위에 오른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전 세계가 한국의 1997년 경험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 직전 금융권의 부패와 방만한 경영,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개인의 투쟁. 이것은 시대와 국경을 초월한 보편적 이야기입니다.

당신은 1997년 한국 경제 위기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언더커버 미쓰홍'을 보며 단순히 박신혜의 코믹 연기만 즐기기보다는, 드라마 배경에 숨어 있는 역사적 교훈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