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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13.9% 판사 이한영, 아시아 4개국 1위 글로벌 흥행 이유는 정의에 대한 갈증

MBC '판사 이한영'이 국내 시청률 13.9%를 돌파하며 아시아 4개국 OTT 1위에 올랐습니다. 2010년대 사법농단 사태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그리고 부패한 권력에 분노하는 전 세계에서 왜 이 드라마가 폭발적 반응을 얻고 있을까요?


2026년 1월, 한국 드라마계에 조용하지만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습니다. MBC 금토드라마 '판사 이한영'이 첫 방송 4.3%로 시작해 한 달도 안 돼 최고 시청률 13.9%를 기록하며 3배 이상 급성장한 것입니다. 더 놀라운 것은 해외 반응입니다. HBO Max에서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주요 4개국 1위를 석권했고, 디즈니+ 재팬에서도 드라마 부문 정상에 올랐습니다.

단순한 법정 드라마의 흥행이 아닙니다. '판사 이한영'의 성공 뒤에는 한국 사회가 지난 10년간 겪었던 사법부에 대한 깊은 상처와, 전 세계가 공유하는 정의에 대한 갈증이 숨어 있습니다.

2010년대 사법농단,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판사 이한영'을 보면서 가장 소름 돋는 순간은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라고 물었을 때입니다. 드라마 속 대법원장 강신진(박희순)은 재판부를 임의로 배정하고, 판결 방향을 지시하며, 판사들의 인사를 좌지우지합니다. 해날 로펌과 손잡고 재판을 거래하는 장면은 허구가 아니라 2010년대 한국 사법부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의 재현입니다.

2017년, 한국 사법부를 뒤흔든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 터졌습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재임 2011-2017)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부와 재판을 거래했습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일본제철 강제징용 소송 등 주요 사건에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났죠.

더 충격적인 것은 판사 블랙리스트입니다. 법원행정처는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명단을 만들어 동향을 감시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줬습니다. 드라마에서 이한영(지성)이 회귀 전 겪었던 '찍힌 판사의 좌천'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양승태는 2019년 1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된 대법원장이 되었습니다. 사법부의 수장이 감옥에 간 초유의 사태. 그 충격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법원에 대한 신뢰, 바닥까지 추락했다

사법농단 사건 이후 한국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추락했습니다. 법원은 더 이상 정의를 실현하는 곳이 아니라, 권력과 돈에 휘둘리는 곳이라는 인식이 깊이 박혔죠.

2018년 검찰 수사가 시작되고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 내용은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대법원이 조선일보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으며,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를 빼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심지어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진보적 판결을 내놔야 한다"는 전략 문건까지 작성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공보관실 운영비 명목으로 3억 5천만 원을 현금화해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각급 법원장들에게 격려금으로 나눠줬습니다. '판사 이한영'에서 그려지는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가 픽션이 아니라 사실이었던 것입니다.

2024년 1심 법원은 양승태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5년 가까운 재판 끝에 나온 결과였죠.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은 인정하면서도 대법원장은 몰랐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법관무죄 시대"라고 비판했고, 검찰은 즉각 항소했습니다. 2025년 항소심이 진행 중인 지금도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판사 이한영'이 던지는 질문, 정의는 되돌릴 수 있는가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판사 이한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복수극이 아닙니다. "한 번 무너진 정의를 다시 세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한영은 회귀 전 대형 로펌 해날의 꼭두각시로 살았습니다. 돈과 권력 앞에 법복을 벗고 무릎 꿇었죠. 산재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재벌의 비리를 덮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러다 결국 자신도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죽음을 맞이합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 이한영은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부패한 권력에 맞서기로 결심하죠. 하지만 방법이 독특합니다. 정면 승부가 아니라 "어둠으로 들어가 어둠을 무너뜨리는" 전략입니다. 강신진에게 접근해 그의 사람이 되는 척하면서, 내부에서부터 부패 카르텔을 무너뜨립니다.

8회 엔딩에서 이한영이 백이석(김태우)을 미끼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은 순간 최고 시청률 13.9%를 기록했습니다.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지점입니다. 정의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이 과연 옳은가? 부패한 시스템 안에서 깨끗하게만 싸울 수 있는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공감하는 이유

'판사 이한영'이 아시아 4개국 1위에 오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사법부 부패와 권력형 비리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만에서는 2024년 사법개혁이 주요 정치 이슈였습니다. 태국은 2023년 군부와 결탁한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했죠. 인도네시아도 2022년 대법원장 부패 스캔들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전직 총리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사법 거래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일본 시청자들이 디즈니+에서 '판사 이한영'을 1위로 올려놓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본 역시 검찰 개혁과 사법 독립 문제로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다루는 '회귀'라는 판타지 설정도 글로벌 공감을 얻는 요소입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 질문은 부패한 시스템 속에서 좌절했던 모든 사람들의 바람입니다. 회귀물 장르가 최근 몇 년간 한국 웹소설-웹툰-드라마로 이어지며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성의 연기가 만든 입체적 캐릭터

흥행의 또 다른 이유는 지성의 압도적인 연기력입니다. 2015년 '킬미 힐미'에서 7중 인격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MBC 연기대상을 받았던 그가, 11년 만에 MBC로 돌아와 또 한 번 복잡한 캐릭터를 만들어냈습니다.

이한영은 단순한 선인도, 악인도 아닙니다. 회귀 전에는 돈과 권력에 굴복했지만, 돌아와서는 정의를 선택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깨끗하지만은 않습니다. 동료를 미끼로 쓰고, 악인의 편에 서는 척하며, 때로는 법의 경계선을 넘나듭니다.

지성은 이런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강신진 앞에서는 냉혹한 야심가의 얼굴을, 피해자 앞에서는 진심 어린 미안함을, 혼자 있을 때는 깊은 고뇌를 보여줍니다. 한 사람 안에 세 개의 얼굴이 공존하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입니다.

박희순이 연기하는 강신진도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는 자신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주의자"라고 여기죠. 법은 이상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입니다. 이런 캐릭터의 깊이가 드라마를 한 차원 끌어올립니다.

웹소설-웹툰-드라마로 이어지는 IP 확장의 성공

'판사 이한영'은 IP 확장의 성공 사례이기도 합니다. 2018년 이해날 작가가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한 웹소설이 원작입니다. '어게인 마이라이프', '검사 김서진'을 쓴 작가로, 법조 3부작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전문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웹소설은 네이버웹툰으로 웹툰화되었고, 드라마 방영 직후 웹툰 조회수가 20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웹소설 다운로드 수도 드라마 방영 전 대비 크게 늘었죠. 드라마 흥행이 원작으로 다시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네이버웹툰은 드라마 방영 기념으로 웹소설 무료 제공을 50화까지 늘리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 원작 팬들은 드라마 각색에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원작의 사건 중심 서사를 인물의 감정 변화 중심으로 재구성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는 평가입니다.

2026년, 우리는 여전히 정의를 갈망한다

'판사 이한영'이 시청률 13.9%를 찍고 아시아 4개국 1위에 오른 것은 2026년 지금도 우리가 여전히 정의를 갈망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이 터진 지 9년, 양승태가 구속된 지 7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진상은 여전히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1심 무죄 판결 이후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사법부 개혁은 더디기만 하고, 국민의 법원에 대한 신뢰는 여전히 바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판사 이한영'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제공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한 정의 실현을 드라마 안에서 경험하는 것이죠. 이한영이 부패한 판사들을 하나씩 단죄할 때마다,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순한 권선징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비정의한 수단도 쓸 수 있는가?"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은가?"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집니다. 답은 쉽지 않습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판사 이한영'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부패한 권력, 무너진 정의,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한 사람의 고군분투. 이것은 2026년 현재 전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적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9시 50분,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판사 이한영'을 봅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정의를, 그리고 되찾고 싶은 신뢰를 화면 속에서 찾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판사 이한영'을 보며 무엇을 느끼나요? 드라마 속 이한영처럼, 우리 사회도 다시 한 번 정의를 선택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