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World
영화, 드라마, 도서 모든것에 대한 리뷰

달까지 가자가 그린 한국 비정규직 현실 - 비공채 직장인의 경제적 불평등


MBC 드라마 '달까지 가자'를 통해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과 비공채 직장인이 직면한 경제적 불평등 구조를 분석합니다. 마론제과 비공채 출신 3인방의 코인 투자 생존기는 단순한 재테크 드라마가 아닌, 한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2025년 9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된 MBC 금토 드라마 '달까지 가자'는 "월급만으론 생존할 수 없는 흙수저 세 여자"의 코인 투자 생존기를 그립니다. 장류진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표면적으로는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지만, 그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과 비공채 채용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이 깔려 있습니다.

드라마 속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은 모두 비공채 출신입니다. 이들은 나이도 경력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서로를 동기라고 부르는 사이죠. 그런데 왜 이들은 정규 공채가 아닌 비공채로 입사했을까요? 그리고 그것이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한국 비정규직의 현실: 숫자로 보는 불평등

2024년 8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는 약 846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38.2%를 차지합니다. 이는 2021년 코로나 시기의 38.4%에 육박하는 수치로, 2년 연속 감소하던 비정규직 비율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 격차입니다. 2023년 기준 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379만6천 원인 반면, 비정규직은 215만5천 원에 불과해 정규직의 57% 수준입니다. 시간당 임금으로 비교하면 정규직 대비 66.4% 수준으로, 같은 시간을 일해도 받는 돈이 3분의 2에 그칩니다.

사회보험 가입률의 차이는 더욱 극명합니다.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이 88.1%인 반면 비정규직은 37.5%에 불과하고, 건강보험 역시 정규직 95% 대 비정규직 52.2%로 격차가 큽니다.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정규직 95.6%, 비정규직 46.4%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공채 축소와 비공채의 증가: 달라진 채용 시장

'달까지 가자'에서 세 주인공이 비공채로 입사한 설정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합니다.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9.9%였던 공채 비중은 2023년 35.8%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시채용과 상시채용은 각각 48.3%, 15.9%로 증가했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2023년 공채를 진행한 기업의 20%가 "올해까지만 공개채용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AI와 데이터 분석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무가 증가하면서 기업들은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채용 시장의 변화는 신입 구직자들에게 악순환을 만듭니다. 경력이 필요한데 신입으로 들어갈 자리가 없고, 경력을 쌓으려면 비정규직이나 비공채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드라마 속 정다해가 정규직 전환 면접을 보며 절박해하는 장면은 바로 이 현실을 보여줍니다.

비공채 출신의 보이지 않는 차별

같은 회사에 다니더라도 공채 출신과 비공채 출신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합니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한 공공기관이 동일한 채용절차로 입사한 직원에게 학력에 따라 다른 직급을 부여한 것을 차별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비공채나 계약직으로 입사한 경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불이익을 받기 쉽습니다. 승진 기회가 제한되거나, 같은 업무를 해도 직급과 호봉에서 차이가 나며, 복리후생 혜택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드라마에서 은상 언니가 사무실 한쪽에서 '강은상회'라는 미니 매점을 운영하며 부수입을 챙기는 장면은, 정규직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한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줍니다.

코인 투자라는 마지막 탈출구

'달까지 가자'에서 세 여성이 코인 투자에 매달리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상적인 경로로는 계급 상승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30대 정다해는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전세 보증금도 마련할 수 없고, 40대 은상은 자나 깨나 돈 벌 궁리만 하며, 20대 지송은 MZ세대답게 욜로 라이프를 추구하지만 그마저도 경제적 여유가 없습니다.

2017년 이더리움 광풍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당시의 실제 시세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장류진 작가는 8개월간의 차트를 컴퓨터에 띄워놓고 엑셀로 매수·매도액을 계산하며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이런 디테일은 드라마에도 그대로 이어져, 시청자들은 차트의 등락에 따라 주인공들과 함께 희망과 절망을 오갑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드라마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2020년대 한국 사회에서 청년들이 주식과 코인에 매달리는 이유는 정상적인 노동으로는 집 한 채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 215만 원으로는 서울의 전세 보증금을 모으는 것조차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드라마가 던지는 사회적 질문

'달까지 가자'는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장류진 작가는 "설탕에 담근 듯 달달하게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단 걸 먹고 나면 입 안에 찝찝함이 남는 것처럼 앞으로의 불확실함이 있으니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코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해도,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높고, 공채는 계속 축소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임금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2024년 고용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대부분이 비정규직 증가로 이뤄졌습니다. 고용의 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양만 늘어난 셈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노동계 기준으로 계산한 비정규직 비율은 42%를 넘어 2017년 수준으로 후퇴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제도적 개선

비정규직 문제 해소를 위해 정부는 비정규직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현실에서의 실효성은 제한적입니다.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는 규정이 있지만, 많은 기업이 2년 후 재계약을 하지 않고 새로운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이를 우회합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를 미묘하게 차별화하는 방식으로 임금 격차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드라마에서 비공채 출신들이 "고졸 적합 직무"나 "보조 업무"를 배정받는다는 명목으로 차별받는 것과 유사합니다.

진정한 해결책은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 자체가 남용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또한 비공채 출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채용 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높이며, 동일 업무에 대한 공정한 처우를 보장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정말 달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 마. 우리 저기까지 갈 거잖아." 드라마 속 은상 언니가 동생들에게 건네는 이 대사는 희망적으로 들리지만, 동시에 씁쓸합니다. 왜 대한민국의 평범한 직장인들은 정상적으로 일해서는 안정적인 삶을 꾸릴 수 없고, 고위험 투자라는 도박에 뛰어들어야 할까요?

'달까지 가자'는 하이퍼리얼리즘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작가 특유의 세밀한 현실 묘사가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건 내 이야기"라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드라마로만 소비되어야 할 이야기일까요?

비정규직 38.2%, 정규직 대비 57% 수준의 임금, 공채 축소와 경력직 선호 심화.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수백만 명의 삶을 규정하는 구조적 불평등입니다. '달까지 가자'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이 불평등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드라마 속 무난이들이 코인 차트와 함께 오르락내리락하며 겪는 감정의 롤러코스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매일 경험하는 불안정한 삶의 은유입니다. 계약 갱신 여부에 따라, 정규직 전환 여부에 따라, 회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요동치는 그들의 일상 말입니다.


여러분은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과 비공채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달까지 가자' 같은 드라마가 단순한 재테크 이야기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