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조복래 주연 영화 '정보원'은 형사와 정보원의 복잡한 공생관계를 다룬다.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한국 경찰 정보원 제도의 실체와 법적 근거, 그리고 이 시스템이 안고 있는 윤리적 딜레마를 분석한다.
2025년 12월 개봉한 영화 '정보원'이 연말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허성태와 조복래가 연기한 형사 오남혁과 정보원 조태봉의 케미스트리가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코미디를 넘어선다. 강등당한 형사와 눈먼 돈을 챙기는 정보원의 관계는 한국 사회에서 실제 작동하는 경찰 정보원 제도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오남혁(허성태)은 범죄 정보를 얻기 위해 정보원 조태봉(조복래)과 거래한다. 돈을 주고 정보를 받는 이 관계는 실제 한국 범죄 수사 현장에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범죄 예방을 위한 필요악일까, 아니면 해결해야 할 윤리적 문제일까?
한국 경찰 정보원 제도의 실체, 법은 무엇을 허용하나
한국의 경찰 정보원 제도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2조 4항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경찰관이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성하며 배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이 조항이 정보 수집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한계를 명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찰청 산하 치안정보국(현 공공안녕정보국)은 정치, 경제, 노동, 사회, 학원, 종교,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치안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인을 정보원으로 활용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범죄조직 내부에 잠입한 정보원, 특정 집단을 감시하는 협조자, 돈을 받고 첩보를 제공하는 제보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2019년 개정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8조의2는 정보 수집 권한을 더욱 명확히 했다. 그러나 법학계에서는 이 조항이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경북대 법학논고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정보 수집 과정에서 국민의 사생활권과 통신의 자유가 침해될 위험이 있으며, 특히 통신감청, 미행감시, 비밀녹음 등은 별도의 엄격한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정보경찰의 특수성이 만드는 회색지대
정보경찰은 일반 경찰과 다른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활동 내용의 비공개성이다. 정보 수집 과정과 결과는 원칙적으로 대외비로 처리된다. 둘째, 신분의 비노출성이다. 정보원과 담당 형사의 관계가 외부에 드러나면 더 이상 정보 수집이 불가능해진다. 셋째, 업무 과정의 불법성이다.
특히 세 번째 특징이 가장 논란이 된다. 경찰학사전(2012)에 따르면 "정보활동에서는 첩보 수집 과정이나 목적 실현 과정에서 국민에게 보장되어 있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라도 국가안전보호를 위하여 상당성이 있을 때에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를 무릅쓰는 업무 수행이 인용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일정 수준의 불법 행위가 용인된다는 의미다.
영화 '정보원'에서 오남혁과 조태봉이 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범죄 정보를 추적하는 장면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조태봉은 범죄조직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경찰에 협조한다. 이런 이중적 위치는 실제 정보원들이 처한 상황과 닮아 있다.
미국 FBI 정보원 제도와의 비교, 무엇이 다른가
미국 FBI 역시 정보원(informant) 제도를 운영한다. FBI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정보원 활용은 합법적이며 범죄 수사에 필수적이라고 명시한다. 그러나 FBI는 개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며, 법무장관이 발행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만 정보원을 활용할 수 있다.
FBI의 정보원 제도가 한국과 다른 점은 명확한 법적 통제와 감독 체계다. 2003년 미 의회는 "역사적으로 가장 큰 실패"라고 평가한 FBI 조직범죄 정보원 프로그램을 조사했다. 1965년 FBI가 한 정보원을 보호하기 위해 4명의 무고한 남성에게 살인죄를 선고하도록 방조한 사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FBI의 정보원 제도는 대폭 개선되었고, 현재는 지부장의 승인과 법률 검토를 거쳐야만 민감한 정보원 운용이 가능하다.
한국의 경우 이런 제도적 안전장치가 취약하다. 정보원 운용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규정이 없고, 외부 감독 체계도 미흡하다. 2018년 경찰청은 경찰개혁위원회를 통해 정보경찰 개혁을 추진했지만, 정보원 제도의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 정보 거래는 정의로운가
'정보원'에서 조태봉은 "정보는 돈"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경찰은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정보원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한다. 이런 관계는 필연적으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킨다. 정보원이 더 많은 돈을 받기 위해 정보를 과장하거나 조작할 수 있고, 범죄조직과의 유착 관계가 깊어질수록 어디까지가 협조이고 어디부터가 공범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영화는 이런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룬다. 오남혁은 조태봉을 신뢰할 수 없지만 그의 정보 없이는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조태봉은 경찰을 이용해 자신의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범죄조직과의 관계를 끊을 수 없다. 이 관계는 상호 이익에 기반하지만, 동시에 언제든 붕괴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보경찰은 목표 인물을 감시하기 위해 주변 인물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기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후 경찰이 자신에 대해 작성한 인사 정보를 요청했는데, 거기에는 고교 시절 좋아한 반찬까지 기록되어 있어 경악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필요악과 윤리적 책임 사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나
정보원 제도는 범죄 예방과 수사에 실질적으로 기여한다. 조직범죄, 마약 밀매, 테러와 같이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범죄를 적발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가 필수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보원 제도는 '필요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법치국가에서 범죄 수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 수집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다면, 그것은 더 큰 범죄를 낳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사회는 지금 어디에 서 있을까? 정보원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운용 방식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해야 하는 시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정보원 운용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마련, 외부 감독 기구의 설치, 정보원의 인권 보호 장치 확보 등이 필요하다.
영화 '정보원'은 웃음을 주지만 동시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범죄와 싸우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가? 정보와 돈을 거래하는 관계는 정의로운가? 국가 안보라는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정당한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쉽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명성 없는 권력은 반드시 남용된다는 사실이다. 정보원 제도가 범죄 수사의 필요악으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제도로 발전할 것인지는 우리 사회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당신은 영화 '정보원'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범죄 수사를 위해 정보원 제도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개혁이 시급한 문제라고 보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