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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2로 배우는 역사 왜곡의 위험성 - 에브니저 링슬리의 공로 도둑질이 주는 교훈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단순한 모험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브니저 링슬리가 뱀 과학자 아그네스의 발명을 가로채고 역사를 조작한 이야기는 현실의 역사 왜곡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습니다. 9년 만에 돌아온 속편이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을 파헤쳐봅니다.


2025년 11월 개봉 이틀 만에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주토피아 2'는 주디와 닉의 활약상만큼이나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핵심은 100년 전 묻혀버린 진실입니다. 주토피아의 기후 장벽을 발명한 진짜 설립자는 에브니저 링슬리가 아니라 뱀 과학자 아그네스 드 스네이크였습니다. 하지만 링슬리는 특허를 가로채고, 아그네스에게 살인 누명을 씌워 모든 파충류를 주토피아에서 추방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왜 우리에게 중요할까요?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 역사 왜곡이 현실 세계에 주는 교훈을 살펴보겠습니다.

주토피아 2가 보여주는 역사 왜곡의 구조

영화 속에서 에브니저 링슬리가 저지른 일은 단순한 절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주토피아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체계적으로 역사를 조작했습니다. 첫째, 아그네스가 발명한 기후 장벽의 특허 서류를 위조했습니다. 당시 특허청 직원이 세발가락나무늘보처럼 느린 동물이었다는 점을 악용해 도장까지 찍힌 서류를 훼손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바꿔치기했습니다.

둘째, 이를 목격한 거북이 가정부를 뱀 독으로 살해하고 아그네스에게 누명을 씌웠습니다. 셋째, 파충류 전체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어 주토피아에서 추방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파충류들이 살던 마을을 툰드라 타운의 눈 속에 완전히 파묻어버렸습니다.

이런 역사 조작은 단순히 공로를 가로챈 것을 넘어섭니다. 링슬리 가문은 100년 동안 거짓 역사를 정설로 만들고, 자신들의 부와 권력을 대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영화에서 링슬리 가문이 툰드라 타운 확장 계획을 추진하는 장면은 역사 왜곡이 어떻게 현재의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실 속 공로 도둑질 사례들

주토피아 2의 이야기는 픽션이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례들이 무수히 많습니다. 과학사에서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노벨상은 왓슨과 크릭에게만 돌아갔습니다. 그녀의 X선 회절 사진 없이는 불가능했던 발견이었지만, 여성 과학자라는 이유로 그 공로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역사학에서는 더 노골적인 왜곡이 일어났습니다. 일본은 교과서에서 한국 침략을 '진출'로, 강제 징용을 '모집'으로 표현하며 역사를 미화했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를 자국 역사로 편입하려 했습니다. 태국은 고대 크메르 문명의 영향을 축소하고, 캄보디아와의 문화적 연결고리를 끊으려 했습니다.

이런 역사 왜곡의 공통점은 권력을 가진 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역사를 재구성한다는 것입니다. 주토피아에서 링슬리 가문이 '반파충류 정서'를 이용해 뱀들을 추방한 것처럼, 현실에서도 소수 집단에 대한 편견을 이용해 역사를 왜곡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역사 왜곡이 소수자에게 미치는 영향

영화에서 게리와 파충류들은 100년 동안 주토피아에 발도 들여놓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마쉬 마켓이라는 은밀한 장소에 숨어 살아야 했고, 정체가 발각되면 즉시 추방당했습니다. 아그네스의 후손인 게리가 증조할머니의 명예를 되찾으려 주토피아에 몰래 잠입한 이유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집단의 생존권 회복이었습니다.

현실에서도 역사 왜곡은 소수자의 정체성을 말살합니다.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은 단순히 이름을 바꾼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우려는 시도였습니다. 미국의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었고, 개척자들의 '위대한 서부 개척'이라는 미화된 서사 속에서 침략의 피해자로만 존재했습니다.

주토피아 2에서 파충류들이 주토피아 설립 초기부터 포유류와 평화롭게 공존했다는 증거가 허니문 롯지 산장에서 발견됩니다. 이는 링슬리 가문이 만들어낸 '뱀은 원래 위험한 존재'라는 서사가 완전한 거짓임을 보여줍니다. 역사 왜곡은 피해자를 가해자로, 공존의 역사를 배척의 역사로 뒤바꿉니다.

진실을 밝히는 과정의 어려움

영화에서 주디와 닉, 게리가 진실을 밝히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링슬리 가문은 밀턴 링슬리를 납치했다고 주디와 닉을 누명씌웠고, 게리가 보고 서장을 실수로 물자 이들을 살인미수범으로 만들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링슬리 가문은 언론을 조작하고, 경찰을 움직여 진실을 찾는 이들을 범죄자로 몰아갔습니다.

포버트 링슬리의 배신은 더욱 비극적입니다. 가문의 막내아들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그는 게리를 도와 진실을 밝히는 듯했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친구를 배신합니다. 이는 역사 왜곡이 어떻게 세대를 거쳐 재생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도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일은 엄청난 저항에 부딪힙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수십 년간 싸워야 했던 이유는 일본 정부의 조직적인 은폐와 부정 때문이었습니다. 5·18 민주화운동이 '폭동'에서 '민주화운동'으로 역사적 평가를 받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록과 증거의 중요성

주토피아 2에서 게리가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한 것은 아그네스의 발명 일지와 특허 원본이었습니다. 링슬리 가문이 모든 것을 조작했지만, 툰드라 타운 아래 묻힌 파충류 마을의 시계탑에는 진실을 증명하는 특허 원본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금속 표지에 페인트로 덮인 비밀을 피트 기관으로 감지해 찾아낸 장면은 진실이 어떻게든 흔적을 남긴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객관적 기록은 역사 왜곡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독일이 나치 전범 기록을 철저히 보존하고 공개하는 이유는 역사 왜곡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의 국가기록원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관련 자료를 수집·보존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영화에서 니블스 메이플스틱이라는 음모론자 비버 캐릭터가 등장하는 것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는 주류 사회에서 무시받지만, 파충류의 존재와 역사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비주류의 목소리에 진실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역사 교육과 다음 세대의 책임

주토피아 2의 결말에서 아그네스는 주토피아의 진정한 설립자로 인정받고, 파충류들은 도시로 재통합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100년 동안 잘못된 역사를 배운 주토피아 시민들이 이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가 진짜 과제입니다.

현실에서도 역사 교육은 단순히 과거를 배우는 것을 넘어섭니다. 독일은 초등학교부터 나치의 만행을 가르치며, 학생들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직접 데려갑니다. "과거에 눈감은 자, 현재에도 눈멀게 된다"는 독일 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의 말은 역사 교육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교과서에 없었던 보도연맹 학살 사건, 제주 4·3 사건 등이 이제는 역사 교과서에 실려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이라도 다음 세대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역사 왜곡을 막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영화에서 주디가 포버트에게 "너는 너희 가족들과 달라질 수 있어"라고 설득하지만 포버트는 "나는 다르고 싶지 않아"라고 답합니다. 이는 역사 왜곡이 세대를 거쳐 어떻게 학습되고 정당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애니메이션이 역사 교육에 주는 시사점

주토피아 2가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을 넘어 의미 있는 이유는 무거운 주제를 접근하기 쉽게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동물 캐릭터를 통해 인종차별, 계급 갈등, 역사 왜곡이라는 복잡한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도 전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로 완성했습니다.

특히 키 호이 콴이 목소리를 맡은 게리 캐릭터는 이민자로 미국에서 일했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한 동양인들을 상징합니다. 게리가 독으로 공격했다는 누명을 썼다는 설정은 폭력적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미국 흑인, 9·11 이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힌 아랍인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은 아이들에게 편견과 차별의 부당함을 자연스럽게 가르칩니다. 주토피아 시리즈를 본 아이들은 나와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인지, 권력이 어떻게 거짓을 진실로 만들 수 있는지를 배웁니다. 이는 역사 교과서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정적 공감입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

주토피아 2에서 링슬리 가문이 몰락하고 진실이 밝혀지지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쿠키영상에서 닉이 실수로 탈옥시킨 벨웨더를 다시 잡으러 가는 장면은 차별과 편견의 싸움이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합니다.

현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여전히 계속되고, 중국의 역사 침탈 시도도 멈추지 않습니다. 심지어 한국 내에서도 역사 해석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역사 왜곡과의 싸움은 한 번의 승리로 끝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토피아 2에서 배워야 할 것은 명확합니다. 첫째, 권력이 만든 공식 역사를 무조건 믿지 말고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셋째, 기록과 증거를 철저히 보존해야 합니다. 넷째, 다음 세대에게 불편한 진실도 정직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에브니저 링슬리의 공로 도둑질은 한 개인의 범죄가 아니라 구조적 불의의 상징입니다. 그가 만든 거짓 역사가 100년 동안 지속된 것은 그 거짓을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 주토피아 시민들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는 화려한 그래픽과 재미있는 동물 캐릭터 뒤에 묵직한 질문을 숨겨두었습니다. 우리는 정말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있을까요? 권력이 만든 역사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을까요? 아그네스의 억울함이 밝혀지기까지 100년이 걸렸습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에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이 있을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주토피아의 시민들처럼 공식 역사를 그대로 믿고 있나요, 아니면 주디와 닉처럼 진실을 찾아 나설 준비가 되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