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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로 보는 한국 재벌 경영권 승계 구조의 실제와 허구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환생 판타지 속에 숨겨진 한국 재벌 경영권 승계의 민낯을 파헤칩니다.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분쟁까지 실제 재벌가의 권력 이동 메커니즘을 드라마와 비교 분석하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합니다.


2022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환생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한국 재벌 시스템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송중기가 연기한 주인공 윤현우는 순양그룹 비서실 직원에서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환생해 복수와 경영권 장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습니다. 드라마는 흥미진진하지만, 과연 실제 한국 재벌의 경영권 승계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드라마 속 설정과 현실을 비교하며 한국 재벌 지배구조의 실체를 파헤쳐보겠습니다.

드라마 속 순양그룹의 지배구조 - 전형적인 한국 재벌 모델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하는 순양그룹은 전형적인 한국 재벌 구조를 보여줍니다. 창업주 진양철 회장을 정점으로 장남 진영기(순양전자), 차남 진성준(순양건설), 장녀 진혜민이 각자의 영역을 관리하며, 3세대인 손자들이 경영 수업을 받는 구조입니다. 이는 실제 삼성, 현대, LG 등 주요 재벌의 가족 경영 체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경영권이 반드시 지분율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설정입니다. 진양철 회장은 순양그룹 전체 지분의 일부만 보유하고 있지만,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그룹 전체를 장악합니다. 실제로 한국 재벌 총수들의 평균 지분율은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계열사 간 순환출자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사실상 절대 권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순환출자의 실제 - 적은 지분으로 거대 그룹 지배하기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도준이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이 바로 순양그룹의 순환출자 구조입니다. 순환출자란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B회사가 C회사를, C회사가 다시 A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식으로 계열사들이 서로의 지분을 소유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이를 통해 총수 일가는 적은 자본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실제 한국 재벌들은 2000년대까지 이 순환출자 구조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삼성그룹의 경우 1990년대 말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직접 지분은 2% 미만이었지만,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통제했습니다. 그러나 2014년 순환출자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신규 순환출자는 불가능해졌고, 기존 순환출자도 단계적으로 해소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이 부분이 다소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우회 상속, 사익편취 등 훨씬 복잡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핵심만 추출해 보여줍니다.

일감몰아주기와 부의 대물림 - 3세 경영 수업의 실체

진도준이 미라클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순양가 계열사들과 거래하며 부를 축적하는 과정은 실제 재벌 3세들의 '경영 수업' 과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일감몰아주기란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자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부당하게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롯데그룹 신동주의 경우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으로 재직하며 한국 롯데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현대그룹 정몽구 일가도 부품사인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을 통해 부를 승계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3년부터 일감몰아주기를 불공정거래로 규제하고 있지만,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습니다.

드라마에서 진도준이 합법적으로 투자하고 정당한 수익을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내부자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에 가깝습니다. 그가 순양가 사람이기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정보와 기회들은 일반 투자자에게는 절대 열리지 않는 특혜입니다.

경영권 분쟁의 현실 - 드라마보다 치열한 재벌가 권력 투쟁

재벌집 막내아들의 하이라이트는 진양철 회장 사후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입니다. 장남 진영기와 차남 진성준, 그리고 손자 진도준이 벌이는 삼파전은 드라마틱하지만, 실제 재벌가 경영권 분쟁은 훨씬 더 복잡하고 치열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그룹의 신동빈-신동주 형제 경영권 분쟁입니다. 2015년 시작된 이 분쟁은 법정 공방, 주주총회 대리전, 이사회 쿠데타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됐고, 결국 신동빈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한진그룹 역시 조양호 회장 사망 후 조현아-조원태 남매 간 경영권 다툼이 벌어졌고, 이는 대한항공 경영진 구성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진도준이 지분 확보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영권을 장악하려 하지만, 현실에서는 지분보다 중요한 것이 이사회 장악, 우호 세력 확보, 채권단 설득, 언론 플레이 등입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2003년 경영권 위기를 극복한 것도 지분이 아닌 이사회와 주요 주주들의 지지 때문이었습니다.

전문경영인 vs 가족경영 - 한국 재벌의 영원한 딜레마

드라마에서 진도준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주장하며 가족경영의 폐해를 비판합니다. 실제로 한국 재벌들도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이후 전문경영인 도입을 시도했습니다. 삼성은 윤종용, 이윤우 같은 전문경영인을 CEO로 임명했고, LG는 구본무 회장 시절 본부장급 이상 전문경영인 비율을 크게 높였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재벌은 다시 가족경영으로 회귀했습니다.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경영을 총괄하고, 현대차는 정의선 회장이, SK는 최태원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은 단기 실적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장기 투자와 구조조정 같은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가족경영 옹호론자들의 주장입니다.

반면 재벌 개혁론자들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익편취와 불공정거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합니다. 드라마는 이 논쟁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진도준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능력 있는 가족 경영인"이라는 이상적 모델을 보여줍니다.

상속세와 경영권 승계 - 재벌들의 최대 고민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거의 다루지 않는 주제가 바로 상속세입니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이며,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서는 20% 할증이 적용돼 최대 60%까지 과세됩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실제로 이건희 회장 사망 후 이재용 부회장 등 유족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12조 원이 넘습니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삼성 일가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5년간 분할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지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에, 재벌들은 생전 증여, 지주회사 전환, 재단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 합니다.

드라마에서 진양철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후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지만, 상속세 문제는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만약 현실이라면 순양그룹 상속세만 수조 원에 달했을 것이고, 이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구조조정이나 지분 매각이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드라마가 놓친 현실 - 정치권력과의 유착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내부의 권력 투쟁에 초점을 맞추지만, 실제 한국 재벌의 경영권 승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정치권력과의 관계입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재벌 총수들에게 사면을 주거나, 규제를 완화하거나, 반대로 검찰 수사를 지시하며 재벌을 통제해왔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과 2009년 두 차례 대통령 특별사면을 받았고, 최태원 회장도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습니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가석방, 윤석열 정부에서 특별사면을 받았습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정치적 배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정치인들이 조연으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의 거래가 경영권 승계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합니다. 이는 한국 재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이자, 드라마가 다루기 어려운 민감한 영역입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환생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한국 재벌 시스템의 핵심을 효과적으로 보여준 수작입니다.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경영권 분쟁 등 실제 재벌들이 겪는 문제들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의 재벌 경영권 승계는 상속세, 정치권력, 노동조합, 국민 여론 등 훨씬 더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재벌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한국 재벌의 경영권 승계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족경영이 계속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할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