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World
영화, 드라마, 도서 모든것에 대한 리뷰

키스는 괜히해서로 보는 2025년 청년 취업난의 실체 - 위장취업이 생긴 사회적 배경

SBS 드라마 키스는 괜히해서가 그린 위장취업의 현실. 2025년 청년실업률 5.3%,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율 10.1%라는 냉혹한 통계 속에서 생존을 위해 거짓말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분석합니다. 취업난이 낳은 사회 문제와 제도적 개선 방안까지 살펴보세요.


2025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수목드라마 '키스는 괜히해서'가 넷플릭스 글로벌 2위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장기용과 안은진이 주연을 맡은 이 드라마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닙니다. 생계를 위해 '애엄마'로 위장취업한 싱글녀의 이야기를 통해 2025년 대한민국 청년들이 직면한 취업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죠.

드라마 속 고다림(안은진 분)은 연이은 취업 실패 끝에 공무원 시험으로 도망쳤지만, 동생의 사고와 어머니의 병으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결국 그녀는 '유부녀이자 아이 엄마'라는 거짓말로 회사에 입사하게 됩니다. 왜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2025년 한국 사회의 청년 고용 현실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숫자로 보는 2025년 청년 취업난의 현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10월 기준 청년(15~29세) 실업률은 5.3%입니다. 표면적으론 크게 높아 보이지 않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청년 고용률은 45.1%로, 2024년 5월 이후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죠. 더 충격적인 건 청년층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이 15.1%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실제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있는 청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의미입니다.

2025년 9월 기준 청년 취업자는 356.4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4.6만 명 감소했습니다. 2022년 11월 이후 35개월째 연속 감소세입니다. 특히 20대 초반은 6.9만 명, 20대 후반은 6.5만 명이나 줄었죠. 숙박음식업, 제조업, 정보통신업 등 청년층 주요 취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비정규직이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은 겨우 10.1%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2006년(18.9%)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죠.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된 것입니다.

위장취업이 생긴 사회적 배경 - 기혼자 우대는 왜 생겼나

키스는 괜히해서에서 고다림이 유부녀로 위장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회사가 기혼자를 우대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채용 시 기혼자나 자녀가 있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혼한 사람이 더 책임감이 있다', '육아 휴직을 이미 끝낸 사람이 안정적이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고용 차별입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는 사업주가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혼인, 가족 안에서의 지위"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미혼 조건을 제시하거나 기혼자만 우대하는 것 모두 법 위반이며,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 입장에서는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휴직 가능성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성 근로자의 경우,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아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기혼 여성이나 육아 부담이 없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이죠. 2022년 고용노동부의 모니터링 결과, 14,000개 구인 광고 중 924개소에서 성차별적 표현이 발견됐습니다. '여성 우대', '기혼자 우대', '미혼자 우대' 같은 표현들이 여전히 버젓이 게재되고 있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늪에 갇힌 청년들 - 정규직 전환의 벽

키스는 괜히해서의 고다림은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 전환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 목표는 얼마나 달성 가능할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비정규직이 1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될 확률은 10.1%에 불과합니다. 71.4%는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남아있고, 무려 14.3%는 아예 비경제활동인구가 됩니다. 즉, 구직을 포기하거나 실업 상태로 전락한다는 의미입니다.

정부는 2017년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2021년까지 약 20만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죠. 하지만 이는 공공부문에 한정된 성과입니다. 민간 기업에서는 정규직 전환이 훨씬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오히려 비정규직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금융업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한 기업 비율은 73.1%로 높지만 실제 전환율은 5.0%에 불과해 가장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근속에 의한 전환'이 급감했다는 점입니다.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는 같은 회사에서 계속 일하며 정규직이 될 확률이 22.3%였지만,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는 10.9%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회사를 옮기면서 정규직을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14.1%의 확률입니다. 비정규직의 경력은 연속적으로 쌓이지 않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키스는 괜히해서가 보여주는 청년 세대의 생존 전략

드라마 속 고다림의 위장취업은 범죄나 부도덕한 행위라기보다는 '생존 전략'에 가깝습니다. 집이 넘어가고 어머니가 쓰러진 상황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계속할 여유는 없습니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데 취업 시장은 문을 열어주지 않죠.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청년들은 이제 '취업'마저 포기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40.9만 명입니다. 이 중 상당수가 취업 준비생이거나 구직 단념자입니다. 구직 단념자는 33.8만 명으로, 일자리를 찾다가 지쳐 아예 구직활동을 중단한 사람들이죠. 이들에게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공허한 위로일 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정규직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비정규직으로 들어가도 정규직 전환 가능성은 10%대에 불과하니까요.

키스는 괜히해서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고다림의 거짓말은 비난받아야 할 행위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 앞에서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그려집니다. 사회가 정직한 사람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니, 생존을 위해 거짓말이라도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죠.

해결 방안은 있는가 - 제도 개선과 사회적 합의

청년 취업난과 위장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고용 차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야 합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이미 혼인 상태에 따른 채용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고용노동부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서면경고 수준의 처벌로는 실효성이 없습니다. 차별 채용이 적발되면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둘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실질적으로 확대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에서 20만 명을 전환한 것은 성과지만,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자동 전환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 비정규직 보호법은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입니다.

셋째, 청년 일자리의 질을 높여야 합니다. 단순히 일자리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2025년 청년 취업자 감소의 주요 원인은 숙박음식업(-6.1만 명), 제조업(-5.1만 명) 등 불안정한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4.1만 명), 예술스포츠여가(+3.8만 명) 등 증가한 분야도 있지만, 이들 역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분야입니다.

키스는 괜히해서가 던지는 질문

키스는 괜히해서는 달콤한 로맨스 드라마지만, 그 이면에는 2025년 한국 사회의 냉혹한 현실이 담겨 있습니다. 청년실업률 5.3%,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율 10.1%, 청년 취업자 35개월 연속 감소. 이 숫자들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거짓말해야 하는 청년들의 절박함을 대변합니다.

고다림의 위장취업은 개인의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기혼자 우대, 정규직 전환의 벽, 고용 차별.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 한, 청년들은 계속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키스는 괜히해서 속 고다림의 선택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정직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나요?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