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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 vs 무빙 비교 분석 - 한국형 초능력물 영화와 드라마의 서사 구조 차이

하이파이브와 무빙, 두 작품 모두 한국형 초능력물이지만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영화 119분과 드라마 20부작, 장기 기증과 유전, 팀플레이와 가족 서사. 한국 초능력 장르의 두 정점을 비교 분석합니다.


2025년 5월 개봉한 영화 '하이파이브'와 2023년 전 세계를 강타한 디즈니+ 드라마 '무빙'. 두 작품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초능력을 얻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한국형 히어로물입니다. 하지만 같은 초능력 소재를 다루면서도 두 작품의 서사 구조와 연출 방식은 완전히 다릅니다. 영화와 드라마라는 포맷 차이, 초능력 획득 방식의 차이, 그리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차이까지. 한국 초능력물의 두 정점을 심층 비교해봅니다.

초능력 설정의 차이 - 장기 기증 vs 유전

하이파이브의 가장 독창적인 설정은 '장기 기증을 통한 초능력 전달'입니다. 의문의 초능력자가 자살한 후 그의 심장, 폐, 신장, 간, 각막, 췌장을 이식받은 6명이 각각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됩니다. 완서(이재인)는 심장을 받고 초인적 힘을, 지성(안재홍)은 폐를 받고 강풍을 내뿜는 능력을, 선녀(라미란)는 신장을 받고 치유 능력을, 기동(유아인)은 각막을 받고 전자기기 조종 능력을 얻습니다. 이는 장기 기증이라는 현실적 소재를 초능력 판타지와 결합한 신선한 시도입니다.

반면 무빙의 초능력은 '유전'을 통해 전달됩니다. 김두식(조인성)의 비행 능력은 아들 봉석(이정하)에게, 장주원(류승룡)의 재생 능력은 딸 희수(고윤정)에게, 이재만(김희원)의 괴력은 아들 강훈(김도훈)에게 물려집니다. 부모 세대가 냉전 시대 국가에 의해 양성된 초능력자였다면, 자녀 세대는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유전자를 물려받은 존재들입니다. 이는 가족이라는 끈으로 연결된 세대 간 서사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러닝타임과 서사 밀도 - 119분 vs 20부작

하이파이브는 119분의 영화입니다. 5명의 주인공이 각자 초능력을 발견하고, 팀을 결성하고, 악당과 싸우는 전 과정을 2시간 안에 압축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캐릭터 한 명당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입니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빠른 편집과 리듬감으로 템포를 유지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캐릭터 서사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선녀의 초능력 흡수/전달 능력은 후반부에 집중되어 있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무빙은 20부작 드라마입니다. 한 에피소드당 약 60분씩, 총 120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으로 하이파이브보다 10배 이상 긴 서사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초반부는 현재 시점의 고등학생들 이야기로 시작해 중반부터 부모 세대의 과거 에피소드로 넘어가며, 각 캐릭터마다 2~3화씩 할애해 깊이 있는 백스토리를 보여줍니다. 김두식과 이미현(한효주)의 러브라인, 장주원의 과거, 이재만의 비극 등 각 인물의 사연이 충분히 전개되어 감정 몰입도가 높습니다.

팀 구성과 관계 - 우연히 만난 5인 vs 가족 단위

하이파이브의 5명은 본래 아무 관계도 없던 사람들입니다. 태권도 관장의 딸 완서, 작가 지망생 지성, 배달 기사 선녀, 공장 반장 약선(김희원), 백수 기동. 이들은 같은 기증자의 장기를 받았다는 공통점으로 우연히 만나 팀을 결성합니다. 능력도 성격도 취향도 제각각이라 모이기만 하면 다툼과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점차 우정과 팀워크를 쌓아가는 과정이 코미디 요소로 작동합니다.

무빙의 캐릭터들은 가족 단위로 묶여 있습니다. 부모는 자식의 초능력을 숨기며 보호하고, 자식은 부모의 과거를 모른 채 능력을 억누르며 살아갑니다. 김두식-이미현-김봉석 가족, 장주원-장희수 부녀, 이재만-이강훈 부자. 각 가족마다 다른 사연과 상처가 있으며, 이들이 결국 한 팀이 되어 거대한 위협에 맞서는 구조입니다. 우정보다 가족애가 핵심 정서이며, 세대 간 이해와 화해가 주요 테마로 작동합니다.

악역의 성격 - 사이비 교주 vs 국가 시스템

하이파이브의 악역은 췌장을 이식받은 사이비 종교 교주 서영춘(박진영)입니다. 생명력을 앗아가는 능력을 얻은 영춘은 절대자가 되기 위해 나머지 이식자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의 목표는 명확하고 개인적입니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사이비 종교는 자주 등장하는 악역 소재지만, 평론가들은 하이파이브의 사이비 묘사가 피상적이며 캐릭터 깊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무빙의 진짜 악당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입니다. 민용준(문성근)이라는 최종 보스가 있지만, 더 근본적인 적은 냉전 시대 국가가 초능력자를 도구로 사용한 시스템 자체입니다. 안기부와 국정원은 블랙 요원들을 전쟁 도구로 양성했고, 북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초능력자들은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괴물이자 희생자입니다. 이는 단순한 선악 대결이 아니라, 국가 폭력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비판으로 확장됩니다.

액션과 특수효과 - 영화 vs 드라마 예산

하이파이브는 영화이지만 제작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강형철 감독 특유의 코믹한 연출과 리듬감 있는 편집이 돋보이며, 이재인은 액션 스쿨을 5개월간 다니며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CGI 퀄리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영화 특수효과로서는 준수하지만, 무빙과 비교하면 시각적 스펙터클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무빙의 제작비는 약 500~650억 원으로 한국 드라마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VFX 슈퍼바이저는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 2,000컷 분량의 작업이지만, 무빙은 영화 서너 편 분량이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비행 장면, 재생 장면, 괴력 액션 등 모든 초능력 연출이 자연스럽고 섬세합니다. 배우 고윤정은 자연스러운 액션을 위해 체대 입시학원까지 다녔다고 합니다. 드라마임에도 영화급 액션과 CGI를 구현한 것이 무빙의 강점입니다.

시대 배경과 톤 - 현대 코미디 vs 과거·현재 교차

하이파이브는 현대를 배경으로 한 밝은 코미디 액션입니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일상(태권도장, 배달, 공장, 백수 생활)을 살다가 초능력을 얻고, 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합니다. 강형철 감독의 전작인 '과속스캔들', '써니'처럼 유쾌한 분위기 속에 사회적 메시지(장기 기증)를 녹여냅니다. 전체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를 지향합니다.

무빙은 1990년대 과거와 2015년 현재를 교차 편집하는 구조입니다. 과거 파트는 냉전, 안기부, 블랙 요원이라는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현재 파트는 고등학생들의 청춘과 성장을 다룹니다. 톤은 전체적으로 무겁고 진지하며, 느와르와 액션 스릴러에 가깝습니다. 코미디 요소도 있지만 주를 이루는 것은 가족의 비극, 국가의 폭력, 사랑과 희생이라는 무거운 주제입니다.

전하는 메시지 - 장기 기증 인식 vs 가족애와 국가 비판

하이파이브는 장기 기증이라는 명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6개 장기가 6명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장기 기증 유족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초능력이라는 판타지 설정을 통해 장기 기증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것이 하이파이브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무빙은 가족애와 국가 폭력 비판이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부모는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자식은 부모의 과거를 이해하며 성장합니다. 동시에 국가가 초능력자를 도구로 사용하고 버린 역사를 비판합니다. "우리는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다"는 대사처럼, 초능력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인간의 의지라는 휴머니즘을 강조합니다.

흥행과 평가 - 189만 vs 디즈니+ 전세계 1위

하이파이브는 2021년 촬영을 마쳤지만 유아인의 마약 사건으로 인해 창고 영화가 될 뻔했습니다. 2025년 5월에야 개봉해 국내 189만 관객을 동원했으며, 홍콩과 태국에서는 2025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습니다. 평론가들로부터는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들은 "가볍게 즐기기 좋은 오락 영화"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제작 시기와 개봉 시기의 간극으로 인해 타이밍을 놓친 아쉬움이 있습니다.

무빙은 2023년 8월 방영 시작과 동시에 디즈니+ 전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드라마 역대 최고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압도적인 완성도로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정점", "제작비 500억 원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한국 초능력 장르의 기준을 세웠습니다.

제작 시기의 아이러니 - 먼저 만들어진 하이파이브

흥미로운 사실은 하이파이브가 무빙보다 먼저 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하이파이브는 2021년 촬영을 완료했지만 개봉이 지연되었고, 무빙은 2021년 하반기 촬영을 시작해 2023년 방영되었습니다. 만약 하이파이브가 계획대로 2022년 개봉했다면, "한국형 초능력물"이라는 타이틀을 선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아인 사건으로 개봉이 늦어지면서 대중에게는 무빙이 먼저 각인되었고, 하이파이브는 "무빙과 비슷한 영화"로 비교당하는 아쉬움을 겪었습니다.


하이파이브와 무빙은 같은 초능력 소재를 다루지만 완전히 다른 작품입니다. 하이파이브는 119분 안에 5명의 팀플레이와 장기 기증 메시지를 담은 코미디 액션이고, 무빙은 20부작에 걸쳐 세대 간 가족 서사와 국가 폭력 비판을 담은 휴먼 액션 드라마입니다. 두 작품 모두 한국형 초능력물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접근 방식은 정반대입니다.

여러분은 장기 기증으로 우연히 만난 5인의 팀플레이가 더 매력적인가요, 아니면 부모에서 자식으로 이어지는 세대 간 초능력 서사가 더 와닿나요? 두 작품 중 어떤 방식의 한국형 초능력물을 더 선호하시나요?